'동트기 전 새벽이 어둡다. 끝까지 버티면 결국 승리한다.' 누가 하는 소리인가? 결국 해낸 성공한 사람들이 꺼드럭거리며 하는 소리이다. 끝까지 버티고 버티다 죽은 사람은 말이 없다.
2억에서 1억, 1억에서 5천, 5천에서 3천, 3천에서 0, 0에서 -1억. 1억일 땐 2억을 그리워하고 5천 일땐 1억을 그리워하며 0원에선 3천을, -1억에선 빚이 없던 때를 그리워한다. 매 순간마다 충분히 괴로워했으니까, 고통스러웠으니까 이제는 바닥이고 올라갈 일만 남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딴 건 없었다. 그리고 어쩌면 미래에는 더욱더 최악의 상황이 와서 지금을 그리워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지금이 바닥이라는 논리적인 근거는 전혀 없다. 결국 미래에는 희망이 올 거라고 확신하고 믿는 행동은 양날의 검이다. 당장은 버틸 수 있는 힘을 줄 수 있겠지만 그 희망이 실현되지 않았을 때 오는 좌절감은 증폭된다.
나도 믿음이 강했던 사람이었다. '자살할 용기로 무엇이든 할 수 있다'라고 주장하는 순수한 아이들도 있다. 자살할 용기로 최선을 다해 노력해서 실패한 사람에게는 무슨 말을 해줘야 할까? '미안, 이제 그만 포기하고 끝내버려.' 책임지지도 못할 폭력적인 말은 삼가야 한다.
아무것도 모르던 3년 전의 나는 트레이딩으로 큰 수익을 냈었고 그 때보다 지식과 경험이 쌓인 지금은 오히려 빚에 허덕이고 있다. 트레이딩은 말이 되는 게임인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은 가치가 없다. 그리고 트레이딩은 개나 소나 할 수 있는 일이다. 차트에 선 찍찍 긋고 대단한 전문가인 양 행세하는 인간들은 초등학생들도 자로 선을 긋고 뿌듯해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모르는 듯하다.
반면 특별한 능력이나 자격이 필요한 직업은 높은 가치를 가진다. 트레이딩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소수가 벌고 다수가 잃는 게임이다. 트레이딩에 있어서 누구나 할 수 없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틀렸음을 인정하기, 빠른 손절, 기회가 올 때까지 기다리기, 아주 가끔 매매하기, 대중과 반대로 가기
더 이상 투자와 트레이딩이 보람이 없고 사회에 기여하는 것이 없는 무의미하고 쓸데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며 내가 가치 없는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 괴로워하지도 않는다. 공공기관에서 계약직으로 일해보며 느꼈다. 소득의 상방은 막혀있고 하는 일은 쓸데없고 비효율적이며, 월급 루팡짓하는 사람보다는 내 돈을 걸고 정정당당하게 승부를 보는 트레이딩의 세계가 훨씬 낫다고. 어차피 공무원이든 트레이더이든 자신이 사회에 기여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돈을 벌기 위해 하는 건 마찬가지이다.
고통 속에서 살거나, 죽거나. 살기를 선택했으니 고통은 감내하고 받아들인다. 희망 따위는 믿지 않는다. 그러나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야만 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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